2009년 10월 29일
이곳에 온 이후로 빵가게 습격사건의 부부처럼 깊이를 가늠할 수 없을 만큼의 배고픔때문에
수십편의 영화를 보았다.
어떤날은 하루에 세편도 보았다.
50년대 히치콕 영화부터 최근의 홍상수 영화까지 그야말로 닥치는 대로 영화를 보았는데
엊그제 문득 매트릭스를 처음부터 다시 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굳이 말하자면 당위성도 있다.
매트릭스 1편은 고등학교 1학년때 친구들과 하계동의 조그만 영화관에서 보았는데,
보고 나오는 길에 친구한명이 웃다가 모기인지 뭔지 벌레를 삼켜서 한바탕 난리가 났었기 때문이고
매트릭스 2편은 국내최고의 인구밀도를 자랑하는 코엑스에서 개봉첫날 정신없이 봤기 때문에 집중할수 없었으며
마지막 레볼루션도 마찬가지였다.
결과적으로 아주 정신없이 보긴 했지만
몇년동안 매트릭스는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워쇼스키 남매가 얻어걸린 것이든 뭐든 결과적으로는 교묘하게 모든것을 흔들어 버렸기 때문이다.
아주 그럴듯하게 잘 포장해서.
매트릭스를 좋아한다고 하면 sf영화를 좋아하는구나.라고 하지만 그건 전혀 뭘 모르는 소리다.
어쨋거나,
내가 자기인생의 '모피어스'라며 친히 말해준 사람도 생겼고
(그자리에 있던 대부분의 사람은 그게 무슨 의미인지를 잘 몰랐던것 같다.)
끊임없이 나오는 새로운 영화들로 매트릭스는 점점 잊혀져 갔더랬다.
그리고 어제는 건브로와 아주 오랫만에 통화했다.
형식적인 안부를 주고 받고는 매트릭스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오랫만에 한 통화에서 서로의 근황도 자세히 파악하지 않고 바로 영화의 얘기로, 그것도 최근 개봉한것도 아닌 10년전 영화로 대화가 이어지는 과정은 꽤나 매끄러웠는데,
그런 부분에 있어 오빠와 나는 아주 잘맞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공식홈페이지에서 가져온 건브로가 속해있는 베이스먼트킬러의 공연사진.
펜타포트도 못가고 아쉬운게 많다.
# by rammoa | 2009/10/29 21:36 | audio-visual | 트랙백 | 덧글(3)